그 집안 그 사람들의 사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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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화목한 가정이란 현실엔 없어요. 화목은 나무가 불타 오르는 거지 가정에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니에요."
황상민 교수는 말했다.

어느 집에나 그 집안 만의 사정은 있다.

우리집도 우리집 만의 어두운 과거가 있다.
지금은 이렇게 간단하게 '어두운 과거' 라는 두 단어로 일축 할 수 있지만 
당시에는 그 트라우마가 너무나 깊어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. 
물론 지금도 말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. 
이터널선샤인 처럼 내 인생에서 그 순간들을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다. 

그때는 우리집에만 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줄 알았는데 
또 그렇지가 않더라. 

아버지가 사업에 계속 실패하면서도 또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. 그리고 역시 실패한다.
동생이 사고를 친다. 적금을 깨서 막아준다. 동생이 또 사고를 친다. 또 다른 적금을 깬다. 
어머니가 오랫동안 투병을 하신다. 아버지는 어머니를 간병하다 바람이 난다.  
할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을 큰아버지가 가로채곤 잠수를 탄다. 친척들과는 늘 법정에서 만난다. 

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.
바꿀 수 없다.
그리고 미련없이 깨끗하게 버릴 수 도 없다.

책장 한 켠에 먼지로 뒤덮힐 정도로 무심하게 방치해도
이사 때 마다 평생 꽁꽁 싸들고 가는 백과사전 처럼
가까운 듯 먼 듯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. 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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